텃밭 딸기, 열 그루.
사실,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비료는 조금만 줬고,
흙에는 돌이 많아
뿌리를 내리기도 쉽지 않다.
물은 잘 빠지지만
그만큼 영양분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게다가 이곳은
매일 들여다볼 수 있는 거리도 아니다.
차로 네 시간.
주말에야 시간 내어
겨우 한 번 들러
요리조리 살펴보는 게 전부다.
하얀 꽃이 보이던게 엊그제 같더니
어느새 열매가 하나둘 맺히기 시작했다.
지난주엔 하나,
이번 주엔 다섯 알.
고운 빨간빛이
잎사귀 아래로
하나씩,
조심스럽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작고, 조금은 투박한 생김새.
하지만 단단했고,
색도 곱게 올라와 있었다.
깨끗이 씻어 유심히 들여다보니
“먹기 아까워라.”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한 입,
“와― 진~~~짜 달다!”
수확은 겨우 한 사람당 하나씩이었지만,
그 맛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마트에서 먹던 딸기와는
비교조차 어려운 당도.
입안에 퍼지는 그 단맛에,
얼굴마다 화색이 돌았다.
한여름 같은, 그늘 하나 없는 밭에서
잡초 뽑으며 흘린 땀과 피곤함도
그 순간만큼은 스르르 녹아내렸다.
그래서, 웃을 수 있었다.
이곳은 일교차가 큰 지역이다.
낮에는 햇살이 뜨겁지만, 아침저녁으로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
또, 이 밭은 돌이 많고 물빠짐이 좋아
수분과 영양분이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그런 환경에서 식물은 살아남기 위해
잎이나 줄기보다 열매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된다.
잎이 붉게 변한 것도 그 결과다.
생장을 줄이고, 열매에 집중한 흔적이다.
기특한것.. 🍓
이처럼 큰 일교차와 척박한 토양은
열매의 당도를 높이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
그래서 이 동네는
당도 높은 사과로도 유명하다.
지금도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해
긴 겉옷이 필수다.
그런 기후와 환경 덕분에,
작고 단단한 주말 텃밭에서도
깜짝 놀랄 만큼 달콤한 딸기를 수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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