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기록

조용한 식사, 소란스러운 마음

혼자 집에서 편하게 밥을 먹는 게 좋은 이유는,
나는 유독 다른 사람들보다 음식을 씹을 때 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같은 깍두기를 먹어도
내가 먹으면 더 아삭, 와그작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치아 모양이 고르지 않은 것도 아니고,
특별히 이상이 있는 건 아닌데도 그렇다.
일부러 조심해서 씹지 않는 한,
내 위 치아들이 아래 치아를 약간 덮는 형태라서 그런 걸까.

 

단순한 기분 탓인지,
아니면 실제로 구조적인 문제인지 확신은 없지만,
어쨌든 조용한 공간에선 내 씹는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리는 기분이 든다.

 

오늘처럼 사무실이 조용한 날이면 특히 더 신경이 쓰인다.
상사는 점심도 거른 채 앞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혼자만 와그작 씹고 있자니 곤혹스럽다.

 

우리 회사는 점심시간에도 구내식당 없이
각자 자리에서 배달 도시락을 시켜 먹는다.

 

평소엔 이 시스템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이럴 때만큼은 좀 난감하다.

 

조용히 먹으려고 천천히 씹어도,
내 귀엔 여전히 큰 소리로 들린다.

 

결국, 최대한 조심하며 먹다가도
'그냥 빨리 끝내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식사를 마친다.

 

집에서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마음껏 씹을 수 있는데.

그런 사소한 자유가
이렇게까지 소중하게 느껴질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