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해결까지

드르르르... 드륵...
톱날이 나무를 가르는 건가.한 달째 이어지는 소음공해. 

견디지 못해 녹음해두었던 파일이 쌓여갔다. 결국 참지 못하고 A4용지 한 장을 꺼내들었다. "제발 저녁시간에는 작업을 삼가해주십시오." 현관 앞에 놓고 온 쪽지가 내일은 조용히 휴식을 주길 바랐다. 

밤 10시경.
쿵쿵 끼익... 드르르륵...
시간이 갈수록 왕성한 활동을 한다. 

늦은 시간, 경비 아저씨 목소리에서도 피곤함이 묻어났다. 죄송한 마음과 함께 말씀드렸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에 얼굴이 점점 달아올랐다. 내 전화만 자신이 받은 게 세 번째이고, 윗집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 나는데 무슨 소리냐고 했다. 지난번 접수하고 관리사무소 오기로 했는데 왜 안 왔냐며, 진짜 소음이 나는 것이 맞느냐는 듯이 말씀하셨다. 소음도 없는데 전화를 하냐며 윗집에서 되려 험한 말을 들었다고, 그때 기억이 떠오르시는지 목소리가 격양되었다.

경비실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순간 내가 왜 피해를 보면서 이런 오해를 받아야 하나 싶어 열이 올랐다. 출근길에 마주친 아랫집 아주머니께서 "자기네 공사해? 밤새 뚝딱거려서 혹시 인테리어 공사하나 해서..."라고 물어보셨었다.아주머니도 저렇게 시끄러웠던 거구나 싶었다. 그리고 윗집이 새로 이사 온 집이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사 오고 정리하다 보면 소음이 날 수도 있고, 직장인이면 퇴근하고 정리하다 보면 그럴 수 있으니까 며칠만 더 참자 하고 넘어갔던 건데...이제는 내가 오히려 예민한 사람이 된것같아 헛웃음만 났다.

경비 아저씨께서 소음이 나는 게 맞느냐고 재차 묻는 말에 화가 치밀었다. 왜 층간소음으로 사건사고가 뉴스에 나오는지만 봐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지금 공사하는 것 같으니까 연락해보시면 될 것 같다"고 했더니 직접 가보라는 말에 발작 버튼이 눌렸다.

요즘은 층간소음으로 현관 앞에 찾아가 항의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에 따라 주거침입부터 법적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일부러 관리사무소를 통해 중개를 부탁드리는 것인데... "그렇게 심하면 네가 가서 말해!"라고 하는 말 같아서 서운한 감정도 들었다.

"제가 직접 올라갈 테니까 거짓말을 하는지 와서 보세요"  옷을 갈아입고 바로 휴대폰으로 윗층 소리를 녹음했다. 현관벨을 누르고 가져다 두었던 쪽지도 와락 구기고, 한 번 더 벨을 누르고서야 윗집 주민을 만났다. 

층간소음 네이버 클로바로 녹음

신랑이 퇴근하고 와서 작업한다는 말에, 소리가 크게 들리는 줄 몰랐다며 미안해했다. 그 소음과 별개로 저쪽 방에서 밤새 들리는 소리를 녹음한 파일을 들려주었다. "방금 올라오기 전에 녹음한 건데, 한달 동안 이런 식이었어요. 전부 보이시죠" 녹음파일을 들려주자 당황한 기색이다. 그 방에서 책상이랑 가구 작업을 한다며 얼버무리듯 말했다. 여러 번 관리사무소를 통해 전달했는데도 매일 이런 소음을 내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국 이른 새벽, 늦은 시간에는 작업을 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내려왔다. 

 

문제는 해결됐지만 후련하지는 않았다. 이런 일로 이웃을 마주해야 했던 윗집도, 이런 말을 전달해야 했던 나도 서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씁쓸하게 내려오는데 집 앞에서 경비아저씨 두분이 기다리고 계셨다. 관리사무소에서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던 것 같았다. 다시 올라가서 한 번 더 주의를 주겠다고 하셔서 그러시라는 말만 남기고 돌아왔다.

 
잠시 후 소음이 잦아들었고, 경비실에서 사과 연락이 왔다. 사실 아저씨들이 무슨 잘못이겠나. 애초에 배려 없이 몇 차례나 전달받고도 매일같이 쿵쾅거린 윗집이 문제였던 것을. 그래도 늦은 시간에 와서 고생하셨다고,감사하다는 문자를 드리는 것으로 그날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 난리를 겪고 난 다음날, 오늘이다.
작은 생활소음이야 아파트 살면서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일상생활을 무너뜨릴 정도의 소음이 사라지자 세상이 이렇게 조용하고 평온할 수가 없다. 그간 꼬박꼬박 소음을 녹음하고, 얼마나 참고 참다가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결국 증거를 들이밀고서야 찾아온 평화다. 

이래서 증거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