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다반사/직장 경험

직장 동료의 정치적 신념과 맹목적 팬덤, 그 아슬아슬한 경계

mellowbb 2025. 5. 26. 21:47

누구를 지지하든 그건 각자의 자유다.
하지만 모였다 하면 정치 얘기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지지 선언을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그게 건설적인 대화로 이어진 적은 거의 없고,
결국 분위기만 싸해진다.
 
늘 조용히 넘기던 사람이,
그날은 퇴근길에 참다 못해 전화를 걸어왔다.
그동안 쌓였던 말들을 꺼냈고, 듣는 동안 나까지 불쾌해졌다. 


일방적인 정치 이야기로 인한 대화의 단절과 갈등을 상징하는 이미지. 서로 마주 본 두 사람의 실루엣이 날카로운 파편을 주고받고 있다.
깨진 유리 조각을 사이에 둔 두 사람의 실루엣

 
 
어김없이 점심시간에 등장한 정치 얘기였다고 한다.

“전라도 사람은 정치를 잘해서 대통령 돼도 경찰에 안 불려가.
근데 경상도는 내란이나 일으키잖아.”

 
그 자리에 경상도 출신 동료들이 있었다고 한다.
지역을 일반화하고 비하하는 말이었다.
정치적 표현이 아니라, 명백한 차별 발언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서울 사람”, “경상도 사람”, “전라도 사람”
이렇게 딱 잘라 구분 짓는 게 여전히 반복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어느 지역 출신인지보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사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다.
그런데도 여전히 저런 말을 입에 올리는 걸 보면
어디서 시간이 멈춰 있는 건지 모르겠다.
 


 
같은 날, 지역에 대통령 후보 두 명이 방문했다.
한쪽은 경호가 많았고, 다른 쪽은 “나는 방탄복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진 말.

“거리며 건물 옥상이며 어찌나 경호인들이 꽉 찼는지,
역시 이재명이야.
방탄복 없다는 게 자랑이야?
김문수가 뭘 했다고? 그냥 구색 맞추기지.”

 
내용은 허술했다.
정치적 분석도, 건설적인 비판도 아니었다.
이어지는 말은 더 황당했다.

“이재명이 무슨 범죄자야.
음주운전은 그냥 실수지, 그게 범죄냐?”

 
음주운전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정치 유튜브에서 미화되는 발언들이 많지만,
정치인을 지지하더라도, 사실은 왜곡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말을 반복하는 사람은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게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해 이상한 우월감을 소비하는 것뿐이다.


이야기를 들으며 몇 달전 일이 떠올랐다.
지금은 퇴사한, 밝고 해맑은 직원 한 명이 있었다.
그 직원은 종종 이렇게 말했다.

“우리 신랑이 그러는데요,
00가 다 짜고 치고 조작한 거래요.
00는 그런 적 없대요.
신랑 회사 사람들도 그렇게 말했는데요.
유튜브 보면 다 나오잖아요.”

 
그날은 그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와 영상도 있다는 걸 알려줬고,
확실하지 않으면 말하지 않는 게 맞다고 분명히 전했다.
조곤조곤 말했지만, 말을 아끼라는 뜻이었다.
그 이후로 적어도 내 앞에서는 더 이상 정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요즘은 유튜브 알고리즘이 정치 성향까지 설계하는 시대다
그런 영상 몇 개를 보고 주변에 퍼뜨리고,
그걸 근거 삼아 범죄를 미화하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데까지 나아간다면
그건 정말 ‘생각’일까,
아니면 선동에 가까운 말일까.


 
누구를 지지하든, 그건 각자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 선택을 표현하는 방식이
타인을 깎아내리는 형태로 반복된다면,
그건 정치적 소신이 아니라
무례함과 무지의 혼합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