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중소기업이다.
출퇴근 시간도, 업무 스타일도 모두 다르다.
심지어 칸막이도 없다. 모두 한 공간에 앉아 있고,
옆자리, 바로 뒤, 대각선까지 사람의 움직임이 그대로 느껴진다.
집중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각자의 영역에 몰입하지 않으면 금세 흐트러진다.
개인마다 다를 수도 있지만,
나는 주변 소음에 특히 예민하다. 작은 소리에도 집중이 흔들린다.
사무실은 대체로 조용하다.
그런데, 그 고요함은 매일 같은 방식으로 깨진다.
늘 마지막에 출근하는 팀장 한 사람이
문을 열자마자 외친다.
“안녕하세요~!”
일하던 손이 멈추고,
정적이 흐르던 사무실에 어색한 울림이 돈다.
반가움이라기보다는, 집중을 끊는 신호처럼 들린다.
마치 “나 도착했습니다”라고
굳이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한 인사다.
가장 먼저 퇴근할 때도 똑같다.
“안녕히 계세요~”
한껏 힘을 준 목소리로 존재를 알린다.
물론, 인사는 예의다.
하지만 이 인사에는 무언가 어긋난 기류가 있다.
누구를 향한 건지조차 모를 그 인사엔,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인사를 했다’는 사실만 남는다.
‘나는 인사도 잘하고, 직장 예절도 지킨다’는
그런 자기 과시.들여다보면 그 속엔 팀을 향한 시선은 없다.
사소하지만 반복되는 피로를 남긴다.
더 어색한 건 대표가 들어올 때다.
평소에 조용히 앉아 있던 그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인다.
마치 내내 일해온 사람처럼 분주하다.
최근에는 내 눈치를 살피며
그 연출을 더 과장하는 기색도 있다.
그런 연극엔, 나는 박수도 눈길도 주지 않는다.
그런데 자꾸 내 시야를 스친다.
마치 일부러 존재를 부각시키려는 사람처럼.
피하려 해도, 그럴수록 더 선명하게 눈에 밟힌다.
눈치는 아부가 아니다.
눈치는 말하지 않아도 분위기를 읽고,
다른 사람의 집중을 깨지 않으려는 섬세한 배려다.
그런데 그는 그 감각이 없다.
때로는, 공감 능력이 아예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나도 완벽하진 않다.
그가 일부러 티를 낼수록
나 역시 못 이긴 척 책상을 세게 치고,
서랍을 쾅 닫고, 의자를 일부러 밀었다.
눈치 좀 챙기라는 신호였을까,
아니면 나도 지쳤던 걸까.
그렇게 반응하는 내 자신이 더 피곤했다.
인사만 잘하면 직장생활 반은 먹고간다.
누구에게? 윗사람에게?
결국, 인사는 겉보다 마음이 먼저여야 한다.
그게 없으면,
아무리 큰 목소리도
배려 없는 소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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