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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새해에 띄운 소원

mellowbb 2025. 1. 2.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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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보이는 새벽 4시 밤하늘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시골 농막을 향해 차를 몰았다.
새해 첫날 새벽 4시, 노래방 앰프와 빔프로젝터가 뒷좌석에 달그락거리며 함께 했다.
무안 비행기 사고 소식이 새해의 북적거림을 잠재웠다.
곳곳의 해맞이 행사가 취소되고 애도의 시간으로 바뀐 새해,
고속도로마저 그 무거움에 침묵하는 듯했다. 

해뜨기 전 색이 조금씩 물드는 하늘


목적지에 가까워질 무렵, 사과밭 아저씨의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다. 
"굳이 해맞이 명소까지 갈 게 뭐 있습니까 여기가 진짜 명소라니까"
꾸불꾸불 산길을 오르는 동안 간간이 스치는 차들의 불빛이 어스름한 새벽을 수놓았다. 
번잡한 정상 대신 고요한 중턱에 차를 세웠다. 

곧 해가 떠오를 듯한 홍시빛 하늘


동쪽 하늘이 서서히 물들기 시작했다. 
구름 언저리가 마치 화선지 위에 번지는 홍시 빛처럼 물들더니,
이윽고 태양이 산마루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뜨겁게 떠오르는 태양

 

아이폰 렌즈를 당기고 당겨서 렌즈 너머로 보이는 용광로 같은 빛이 물들이는 순간,
나지막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올해는 더는 아프지 않기를..가족이 모두 건강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마음속 깊이 더 작은, 더 사적인 소망을 빌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비는 소원


달력의 숫자만 바뀌는 날이라 여겼던 게 언제부터였을까.
그럼에도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저절로 소원을 빌게 되는 내 모습에서 웃음이 났다. 

꽁꽁 얼어붙은 계곡



농막 주변으로 꽁꽁 얼어붙은 물줄기 사이로 끊임없이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차가운 겨울 공기 속 청량한 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계곡 속 쫄쫄 흐르는 물줄기처럼, 25년 시간도 흘러간다.

포기하지 말고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