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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lowbb 님의 블로그

올해도 산딸기가 붉게 익었다. 텃밭 끝자락, 햇살 좋고 배수도 잘 되는 자리. 잎 사이로 작은 열매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그걸 본 순간, 오래된 장면 하나가 또렷하게 떠올랐다. 어릴 적 여름이면할머니 할아버지를 따라 산골짜기 밭에 나갔다.새참 시간엔 도시락을 꺼내산 아래를 보며 밥을 먹었다. 그 옆에는 산딸기 나무가 있었다.하나씩 손에 쥐고,입안에 넣어 톡톡 씹으며 아껴 먹었다.달았다.그리고 지금 다시 떠오른 건,산딸기가 아니라그 산딸기를 먹던 그때의 시간이었다 올해 산딸기는 꽤 많이 열렸다.잎을 뚫고 나온 붉은 열매를 보자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다.어린애처럼. 그 모습을 보고서“니가 자식을 낳아 손주가 그러는 모습을 봤으면 더 좋았겠다.”괜히 어깨를 폈다.“요즘 누가 그렇게 일찍 시집장가를 가.갔다 오는..

길게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산.도시에서 멀지 않지만,마음은 충분히 멀어지는 산.당진, 아미산 자작나무길. 굳이 등산복을 챙기지 않아도 된다.별다른 마음의 준비도 필요 없다.‘걷고 싶다’는 생각 하나면 충분하다. 딱 그만큼의 거리,딱 그만큼의 높이. 예전엔 지리산 4박 5일 종주도 거뜬히 해냈다.천왕봉에서 마주한 일출과 그 공기,그 순간엔 뭐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그런 날들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직장 내 스트레스와 과로로병원을 자주 드나들었고,약을 달고 살았다.몸은 급격히 무너졌고,일상조차 조심스러워졌다. 지리산은커녕,가까운 뒷산도 버겁게 느껴지던 시기.그래서 다시 걷기로 했다.높은 산이 아니어도 괜찮으니까.지금의 내 몸으로 갈 수 있는 곳부터. 그렇게 자연스레 발이 닿은 곳,아미..

차에 앉아 음악을 틀고,창문을 살짝 열어 바람을 맞고 싶을 때가 있다.해변을 따라,그냥 느긋하게 달리는 것만으로충분하다고 느껴질 때 말이다.마음은 동해로 향하지만,시간과 거리를 생각하면조금 더 가까운 길을 택하게 된다.서해대교를 건너당진 해안도로를 따라 천천히 달렸다.멀지 않고,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길을 따라 천천히 달리다 보니,‘당진시장고항 국가어항’이라는 큰 표지판이 들어왔다.어찌어찌, 잘 찾아온 것 같았다. 바다보다 산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바다를 보면 마음이 설레기보단그저 조용히 바라보게 된다.장고항에 도착하면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촛대바위다.사진을 찍기 위해많은 사람들이 이곳부터 찾는다. 데크길도 잘 정돈되어 있어서가볍게 걷기에 좋았다.해식동굴로 이어지는 길엔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많았다...

텃밭 딸기, 열 그루.사실,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비료는 조금만 줬고,흙에는 돌이 많아뿌리를 내리기도 쉽지 않다. 물은 잘 빠지지만그만큼 영양분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게다가 이곳은매일 들여다볼 수 있는 거리도 아니다. 차로 네 시간. 주말에야 시간 내어겨우 한 번 들러요리조리 살펴보는 게 전부다. 하얀 꽃이 보이던게 엊그제 같더니어느새 열매가 하나둘 맺히기 시작했다. 지난주엔 하나,이번 주엔 다섯 알. 고운 빨간빛이잎사귀 아래로하나씩,조심스럽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작고, 조금은 투박한 생김새.하지만 단단했고,색도 곱게 올라와 있었다. 깨끗이 씻어 유심히 들여다보니“먹기 아까워라.”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한 입,“와― 진~~~짜 달다!”수확은 겨우 한 사람당 하나씩이었지만,그 맛에 모두가 깜짝..

새벽 두 시 넘어 집을 나섰다.3시간이 채 안 되어 시골 농막에 닿았다.차에서 내리니, 이른 시간임에도 해가 길어져 주변은 이미 환했다. 집에선 분명 반팔 차림이었는데, 이곳 공기는 제법 쌀쌀했다.궁금해서 날씨를 확인하니 영상 6.8도.서둘러 두툼한 옷을 꺼내 입었다.그리고 차에서 내릴 때부터 이미 시선을 끌었던 양귀비꽃으로 향했다.지지난주만 해도 볼 수 없었던 붉은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어찌나 색이 붉고 선명한지, 멀리서도 단연 눈에 들어왔다.가까이 다가가자 "어쩜 이리 고울까" 감탄이 터져 나왔다.얇디얇은 꽃잎은 새벽 기운에 아직 살짝 접혀 있었다.그 여린 모습이 행여 부스러질까,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손길마저 조심스러웠다.꽃 한가운데 자리한 검은 꽃술은 강렬한 붉은색과 대비를 이루며 한층 고..

여름엔 입맛도 없고, 밥차리기도 귀찮을 때가 많다. 그럴 때 상추에 고추장만 있어도 충분하다던 어릴 적 엄마 말씀. 이제야 그 뜻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남은 계란말이와 애호박전을 데웠다. 며칠 전 얻은 얼갈이 김치도 꺼내고,상추도 한가득 씻어 두었다. 데친 마늘쫑도 한 접시 담아냈다. 마늘쫑은 여러 양념에 무쳐 먹어도 참 맛있다. 하지만 살짝 데쳐 아삭하게 찍어 먹는 것도 입맛을 돋우는 데 그만이다. 요즘 맛보는 마늘쫑은 유난히 신선하고 맛도 좋다.5월에서 6월 사이, 지금이 딱 제철이라 그런가 보다. 비타민에 식이섬유가 많아 혈액순환도 돕고, 면역력에도 좋다는 이야기에 자꾸만 손이 간다. 제철 음식 덕분에 소박하지만 든든하게 잘 먹었다.

2025년 대통령선거 사전 투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누굴 뽑아야 할지 다들 결정한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정직하고 바르고 유능한,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완벽한 후보는 과연 있을까? 나름의 기준으로 후보들을 비교해봤다.구분후보 1 후보 2후보3 사람 (사생활)• 배우자 김혜경: 2024년 공직선거법 위반 벌금형 150만 원 1심 선고, 배임 혐의 기소유예• 장남: 2021년 불법 도박 의혹 검찰 송치, 성매매 의혹 불송치• 형수 욕설 논란: 2017년 녹음파일 공개• 노동운동가 출신: 1970~80년대 민주화·노동운동 참여로 수감• 택시운전 경력: 1994년• 성상납 의혹: 2022년 의혹 제기→당원권 정지 6개월·대표직 상실, 경찰 불송치(무혐의)• 증거인멸 교사 의혹: 경찰 불송치..

대전에서 평택 쪽으로 올라오던 길,현충사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그 길목에서 방향을 틀었다.계획에 없던 멈춤이었지만,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잘 손질된 초록, 걷기 좋은 길 차에서 내리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넓은 잔디광장이었다.잔디는 정성스레 다듬어져 있었고,사이사이 배치된 나무들은 적당한 간격으로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무리 없이 걷기 좋은 길,아이 손을 잡고 산책하기에도 알맞은 풍경.주말이면 가족 단위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라는 인상이 들었다. 관리가 느껴지는 공간길부터 안내판, 화장실까지버려진 구석 없이 깔끔했다.공간 전체에 누군가 신경 써서 다듬고 있다는 인상이 느껴졌다.잠시 들른 곳이지만,이 정도라면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쉴 자리가 충분한 잔디광장햇살은 강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