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 기록 (29)
mellowbb 님의 블로그

서해안으로 향하는 창밖으로 느껴지는 기운이겨울 끝자락을 넘어선 듯한 주말이었다.두꺼운 패딩을 벗어던진 어깨가 가벼워 좋았다. 모섬 모섬은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책로 같았다.데크 계단을 하나씩 오르다 보면 금방 꼭대기다.썰물에 드러난 갯벌이 펼쳐지고,모섬 절벽 끝 우뚝 선 배 모양의 전망대에서 멋지게 사진도 찍었다. 홍성 스카이타워 입장권을 구매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먼저 올라갔다.우리가 걸었던 모섬부터 속동해안로까지 코스 산책로가 전체가 내려다 보였다. 더 높은 곳에서 내려볼 뿐 크게 차이가 있진 않았다. 홍성 스카이타워 2층 투명 유리 바닥 스카이워크를 걷는 아찔한 경험 바로 아래 2층으로 내려오면 투명바닥의 스카이워크 존이 있다. 앞만 보고 아래만 보지말자 했는데...슬쩍 하는 순..

평택당진고속도로를 지나 도착한 안동.잠시 차를 세우고,주진교 아래 안동호를 바라보았다.자욱하게 피어오른 물안개가한 폭의 수채화처럼 퍼져 있었다.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주진교에서 안동호를 내려다보며 주진교는 안동댐으로 인해 수몰된 마을 사람들을 위해 놓인 다리였다.이제는 세월이 흘러,전국의 낚시꾼들이 모여드는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수심이 깊고, 넓다.낚시대회가 열리는 날이면다리 위, 호숫가까지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선다. 나는 낚시는 잘 모르지만,우연히 대회날을 만났을 때그 진풍경이 꽤 인상 깊었다.낚시를 향한 사람들의 열정이 참 멋있어 보였다. 주진교를 지나 인계리로 향하는 길은구불구불한 산길이다. 내가 운전할 때는 괜찮지만,옆자리에 앉아 있을 때는꽤나 곤혹스러운 구간이다. 영양 쪽은 길이 많이 좋아졌..

오랜만에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보는 장동민 님이너무나 반가웠다.피의 게임3 티저 영상이 공개되었을 때부터정말 오래 기다려왔던 프로그램이다.사실 요즘엔무슨 드라마가 유행하는지도,누가 어떤 예능에 나오는지도 잘 모른다.시간이 나면 그저 침대에 파묻혀 잠들기 바빴다.그런 내게 ‘장동민’이라는 이름 하나가다시보기를 몇 번씩 하게 만들었다. 살도 많이 빠졌고,세월도 흘렀고.그래서일까.예전만큼의 날카로운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지조금은 조마조마한 마음도 들었다.기대감보다는“제발 잘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그리고 첫 화.역시나 강렬했다.그 특유의 유머도 여전했고,기억 속 장동민이 화면 너머로 다시 돌아온 듯했다.역시는 역시다. 홍진호 님과의 케미도 이번 시즌에서 기대 중이다.둘은 플레이 스타일이 ..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시골 농막을 향해 차를 몰았다.새해 첫날 새벽 4시, 노래방 앰프와 빔프로젝터가 뒷좌석에 달그락거리며 함께 했다.무안 비행기 사고 소식이 새해의 북적거림을 잠재웠다.곳곳의 해맞이 행사가 취소되고 애도의 시간으로 바뀐 새해,고속도로마저 그 무거움에 침묵하는 듯했다. 목적지에 가까워질 무렵, 사과밭 아저씨의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다. "굳이 해맞이 명소까지 갈 게 뭐 있습니까 여기가 진짜 명소라니까"꾸불꾸불 산길을 오르는 동안 간간이 스치는 차들의 불빛이 어스름한 새벽을 수놓았다. 번잡한 정상 대신 고요한 중턱에 차를 세웠다. 동쪽 하늘이 서서히 물들기 시작했다. 구름 언저리가 마치 화선지 위에 번지는 홍시 빛처럼 물들더니,이윽고 태양이 산마루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폰 렌즈를 당..

어린 시절,피아노가 아닌 발로 페달을 밟아 소리를 내는 오르간으로 음악 수업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아버지는 당시 담임선생님께"너 음치구나"라는 말을 들으셨다고 했다.그 한마디는 평생의 트라우마가 되어자신 있게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되었단다. 청중 앞에서는 한두 곡만 조심스럽게 부르시지만,가족들 앞에서는 한 시간이 넘도록 노래하시던 아버지.타고난 음색은 좋으셨지만, 박자감이 조금 부족했을 뿐이다.어릴 적 상처는 아직도 남아 있었지만,노래하고 싶은 마음만은 한결같으셨다. 어느 날,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시골 농막에서 혼자 연습할 수 있도록노래방 기계를 갖추고 싶다고. 자식들에게는 아낌없이 쓰시면서도정작 본인 물건은 항상 망설이시던 아버지는중고 거래 앱을 뒤지며 노래방 기기를 알아보고 계셨다.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