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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lowbb 님의 블로그
상추에 숨은 작은 달팽이 본문
상추를 씻다, 조그마한 달팽이를 만났다.
야들야들한 잎 사이에 숨어 있던, 아주 작은 생명 하나.
직접 농사 지은 상추였다.
잎이 야들야들하고 싱싱했다.
줄기는 연했고,
끝은 반질반질했다.
가져다 준 지 얼마 안 돼서
마르기 전에 얼른 씻었다.
한 장씩 꼭지를 잘라내
물에 담가 흙을 털었다.
두 번째 물을 버리는데
무언가가 또르르 흘러나왔다.
달팽이였다.
조그마한.
그냥 두면 죽을 것 같았다.
상추 한 장 꺼내
그 위에 올려줬다.
마침 집에
참외 담겨 있던 하얀 스티로폼 접시가 있었다.
그 위에 상추를 올려놓았다.
달팽이도 함께.
물을 조금 뿌려줬다.
상추 잎 하나 더 덮었다.
그늘을 만들어주려고.
가만히 있던 게
갑자기 움직였다.
더듬이를 쫙 뻗었다.
네 개였다.
두 개는 길고
두 개는 짧았다.
작은 몸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더듬이를 꽉꽉 밀어내듯 뻗었다.
이게 진짜 달팽이 맞나
순간 멈춰서 보게 됐다.
빨리 보내줘야겠다 싶었다.
익숙한 자연, 조용한 곳.
근데 어디가 좋을까 생각하면서
상추부터 씻었다.
들고 나가면서도
부디 잘 살았으면 싶었다.
처음엔 바로 앞 화단에 두고 오려다가
막상 보니까
나뭇잎도 없고 흙만 드러나 있었다.
덥고 노출된 느낌이었다.
그래서 다시
좀 더 나은 자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몇 군데를 둘러봤다.
그러다 아파트 한쪽
꽃이 심어진 화단을 찾았다.
잎도 무성했고
흙도 촉촉했다.
사람 발길도 거의 닿지 않는 곳이었다.
그늘지고 습한 자리를 골라
상추째로 조심히 내려뒀다.
달팽이는 움츠러든 채
당장엔 움직이지 않았다.
그대로 멈춰 있는 것 같더니
꼼지락꼼지락 조금씩 움직였다.
살짝, 또 살짝.
아까 상추 위에서
더듬이를 쭉쭉 뻗으며
그렇게 크고 활발해 보였던 달팽이는
어느새 몸을 오므린 채
껍질 안에 반쯤 들어가 있었다.
그 모습이
괜히 안쓰러워 보였다.
얼른 적응해서
니 생활로 돌아가.
달팽이는
낯설거나 위협을 느끼면
몸을 껍질 속으로 숨긴다고 한다.
반대로,
안전하다고 느끼면
더듬이를 뻗고 천천히 움직인다고.
그때 상추 위에서 보였던 움직임.
그게 편해서였단 말인가.
뿌듯했다.
호스트라도 된 것처럼.
달팽이한테 쉴 자리 하나
그냥 잘 내어준 기분.
스스로 만족하며
괜히 생색내면서
잘 가—
오글거리지만,
소리 내서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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